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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여행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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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수해안길 걷기
작성자 엄동현 작성일 2017-11-03

http://blog.naver.com/uhmdh56/221130428441


10월 29일 영광청소년수련관에서 아침을 먹고 답동으로 버스가 출발한다. 백수해안 해당화길을 따라 걷는다. 백수면 들판을 지나면서 김효석 교장은 첫 발령지라 말한다. 사모님을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여 다른 학교로 발령받았단다. 그때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이 길을 두사람이 걸었을 것이다. 영화 황해를 찍은 촬영장까지 쉼 없이 이어진다.

해안도로는 다시 77번 국도와 몸을 섞는다. 오늘은 북서풍이 제대로 불어 갯벌바다에 파도가 쉼 없이 부서진다. 백수해안 해당화길에 태풍 수준으로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해안가 펜센은 동물모양으로 지어져 이색적인 풍경이 거무튀튀한 퇴적암을 파도는 하염 없이 때린다. 또 다른 매력의 칠산바다를 만나는 곳이다.

갯벌물이 일렁이는 칠산바다가 보인다. 내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 돛단배를 타고 와 조기를 잡은 바다. 모내기를 끝내고 하동포구에서 운역을 간 곳이 법성포다. 봄철부터 초여름까지 연안을 따라 북상하면서 산란하는 튼실한  조기를 잡았다. 추억을 되새기며 칠산바다를 또 쳐다본다.

조기 떼를 쫓아 모여든 전국의 수많은 어선은 파시(波市)를 이루었다. 그 대표적인 파시 영역인 영광청소년수련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백수해안길을 걷는다. 조기잡다가 비바람을 만나면 신세가 처량해진다. 할아버지는 "남의 집 청마루 밑에 개가 부럽더라"며 푸념했다. 목숨을 건 조기잡이로 가정을 일구었다.

노을에 관한 다양한 전시물을 만난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노을전시관으로 잠시 피한다. 한국해양재단 해안누리길 대종주 단원의 걸음 걸이가 빠른 시속 6km다. 전국 걷기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선두와 후미는 차이가 난다. 이런 쉼터에서 자연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아직 걷는데는 문제가 없다. 잘 걷는 여자의 보폭에 몇몇 남자는 골병이들었다.

영광해수온천랜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아들이 장성군 포병학교 재학 중 훈련으로 지친 피로를 풀기 위해 찾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다. 뻣뻣해진 어깨, 그리고 모래주머니를 달아 놓은듯 무거워진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데 온천만 한 게 있을까. 하지만 지금은 그림의 떡이다. 코스모스, 감국, 해국이 언덕에서 바람을 맞선다.

나무계단을 지나 해안풍경을 본다. 볼수록 매혹적인 해안도로의 모습을 한눈에 담고 싶은 마음에서다. 제법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마지막 계단에서 발이 닿는 순간 모든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라진다. 발품을 팔아야 멋진 풍경만이 눈앞에 남는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길이 아름다운 건 그 길을 품고 있는 바다와 추억이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칠산바다의 속살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모든 것을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 인간도 마찬 가지다. 코를 고는지 잠고대를 하는지 같이 자지 않고는 알 수 없다.
내 할아버지의 조기잡이도 하나 같이 알 수 없다. 모든 애로사항을 100년 쯤 지난 손자가 알 길이 없지만 칠산바다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헤아린다.

내려갔던 만큼의 계단을 거슬러 올라 다시 길을 나선다. 목책산책로를 따라 걷는 코스여서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현재 목책산책로에 종루 건설 공사로 길이 중간에 끊긴다. 하지만 목책산책로 구간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모양이다. 북서풍 바람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해안길을 걸어어봤으면...

썰물로 갯벌이 덜어난다. 모래미 해수욕장은 그것과는 느낌도,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고운 백사장을 품고 있는 작은 모래미해수욕장이 부드럽고 여성적이다. 거무튀튀한 갯바위는 거칠고 남성적이다. 이처럼 상반된 분위기를 걷는다. 풍광을 한 길 위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여행자에겐 분명 행운이다.

원불교 발상지인 영산성지 앞 영춘교에서 걷기 종착점이다. 행정구역상으로 백수읍 길용리다. 원불교발상지를 둘러보면서 걷기를 마감한다. 버스로 이동하여 무안관광호텔에서 1코스 2코스 임무 교대다. 여행은 비움과 채움이다. 나의 욕심은 탈탈 비우고 희망은 꼭꼭 채운다

해변을 대하는 마음도 기분도 남다르다. 묵직해진 다리도 쉬어갈 겸 모래골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해변은 바다와 펄 그리고 백사장의 경계가 모호하다. 모래가 많이 섞인 모래미 해수욕장의 펄은 서해 다른 해변의 펄처럼 질척거리지도 미끄덩거리지도 않는다. 눈으로 촉촉하게 젖어오는 펄의 느낌이 참 싱그럽다.


보낸사람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백양관문로10 개금신주공아파트 310동 201호

엄동현

010-5488-7890

백수해안길 잘 걸었습니다. 건강하게요^^